요즘 학기로 바쁜 와중에 간간히 나는 자유시간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 (롤, league of legends) 란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 퍼블리싱하지 않아도 북미섭에 한국에서 접속하는 동접자가 1만명이 넘으며 미국에서도 무료게임의 위엄으로 와우를 앞지르는 유저수와 동접수를 보유하고 있는 대박 게임이죠. 도타와 카오스로 알려진 AOS류 게임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곧 한국에도 지사를 차리고 퍼블리싱을 하기 위하여 이번에 본사에서 개발진과 간부들이 방한하여 간담회를 가졌는데요, 물론 가장 주목받는 것은 한국형 신 챔피언의 공개였습니다. 중국에 출시할때도 '신 짜오' 라는 삼국지 장군같은 캐릭터를 추가했었거든요.
그리고 드디어 공개가 되었는데, 바로 '구미호'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 유저들 사이에 구미호 떡밥은 폭발적이었습니다. 과연 이게 한국적인가? 한국을 대변하는가? 그리고 외국에서도 일본물이나 나루토, 포켓몬등으로 연관짓는 유저가 제법 많았습니다. 과연 구미호로 한국의 이미지를 어필하는 것이 가능할까?
한국 전설중에서는 캐릭터로 쓰기 좋은 것 같다, 섹시하다, 유저들에게 인기가 좋을 것 같다라는 긍정적인 의견도 많았지만 이건 일본이나 중국이 먼저 생각나지 않냐는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는 것은 반문할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전 그 부정적인 의견이 담긴 분들을 향하여 2가지 설명 드리고 싶더군요.
1. 구미호와 한국이란 나라에 대한 정신적 의견
2. 구미호가 과연 한국적인지 설명할 수 있는 구체적 의견
1. 왜 구미호가 한국 챔프가 된 것이 좋은 것인가?
중국과 일본은 아시아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대중매체로 나라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흥미와 관심을 어필해내는데 굉장한 성공을 하였습니다. 중국 무협영화와 무술이라던가, 일본의 애니와 게임, 영화로 알려진 닌자와 사무라이는 누가봐도 중국과 일본을 대변하는 굉장한 컬쳐소스이죠.
하지만 한국은 무엇이 있습니까? 딱히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한국적인걸 찾아보라면 김치, 이순신, 거북선, 화차 이런게 나옵니다. 아니 누가 역사 속의 실제 인물이나 실제 음식을 말하라 그랬나요? 그렇게 따지면 일본에서는 미야모토 무사시를 어필했어야지 '사무라이'라는 캐릭터 자체를 어필한게 아니죠. 그럼 홍길동? 화랑? 뭐 이런 캐릭터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화랑이 '신라 시대에 있었던 미소년 그룹으로 문무가 뛰어났다' 정도밖에 안되지 캐릭터나 판타지요소로 저희 국민마저 아는 내용이 별로 없습니다. 홍길동 같은 캐릭터도 그다지 강하게 어필되는 캐릭터이라고 보기도 힘들구요. 우리나라는 우리나라 자체에서 신화나 전설같은 가상 문화를 버리다 싶이 하였고 현재까지도 만화, 애니메이션, 소설 등 무형문화에 큰 투자를 하지 않고 배척하는 태도가 컸습니다. 덕분에 한국에 들어와있는 수많은 동화들이 일본이나 중국의 출신이며 한국적이라고 누구나 알만한 스토리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요. 가엾고 딱한 일이 아닐수가 없습니다.
뭐 어떤 캐릭터가 진짜 한국인가를 논하자는건 아니고,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정치적으로 한중일의 위치가 어떻건, 역사적으로 한중일의 위치가 어떻건 현재 전세계에서 아시아를 바라보는 수많은 민간인들은 대중매체로 타국을 접하게 되어 있습니다. 중국무협영화와 일본애니가 중국과 일본을 알렸겠지요. 그리고 아시아에 대한 정보가 비어있는 세계의 땅에 씨를 뿌렸기 때문에 중일의 이미지는 강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뒤늦게 남들이 크고 있는 나무 사이로 끼어들어 성장해야하는 장벽을 두고 있는 상태지요.
이렇게 한국이라는 국가를 세계에 '재미있는 요소'로 어필하기 힘든 상황속에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외국 게임중 하나가 한중일 전부 존재하고 있는 구미호란 소스를 '한국 것'으로 꾸며준건 대단히 고맙고 환호할 일이라고 봅니다. 비록 나루토나 기타 일본 매체로 구미호를 알고 있던 외국 게이머들이 "어 이거 일본 캐릭 아님?" 이라고 처음에 생각할지언정 나중에 "아 구미호는 한국건가보네" 라는 식으로 생각을 바꿀수 있을테니까요. 정말 작은 부분이지만, 이런 작은 부분들을 쌓아서 형성된게 현재의 중국과 일본의 이미지입니다. 타국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는 대중의 생각은 정치나 법이 바꿀수 있는게 아니니까요.
중국과 일본은 대중매체를 통하여, 그리고 심지어는 교육서적에까지 아시아에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는 애메모호한 문화들을 조금이나마 자기꺼라고 끌어모으고 있는 마당에 구미호를 보고 '아 이거 한국거라고 보기 어렵지 않나' 라며 구미호를 채택한 Riot(LOL개발회사)을 비난하시는 분들이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이러니까 문화를 뻇기고 한국의 것을 알리기가 힘든겁니다. 괜한 피해의식은 버리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2. 그럼 구미호는 정확히 출처가 어떻게 되나?
피해주의 때문에 일본이나 중국같은 캐릭을 한국거라고 해놨다는 비난을 하는 태도에 대한 의견을 벗어나, 그럼 이게 왜 한국것이라고 부를수 있는지 제가 보기좋게 정보를 이 곳에 모아드리겠습니다.
다음은 중국, 일본, 한국에서 묘사한 구미호입니다:
중국: 중국의 구미호는 표독하고 간사한 여성상을 상징하며, 상당히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다. 명나라 때의 소설 《봉신연의》를 보면, 달기(妲己)라는 구미호가 천하를 어지럽히기 위해 아리따운 인간 여자로 둔갑하여 은나라의 성군 주왕을 홀려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나랏일을 농단하는 등 사악한 짓을 일삼게 하다가 주나라의 무왕의 손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나온다.
중국 고전 《산해경》에서는 “다시 동쪽으로 300리를 가면 청구산이라는 곳인데, 그 남쪽에서는 옥이, 북쪽에서는 청호가 많이 난다. 이곳의 어떤 짐승은 생김새가 여우 같은데, 아홉 개의 꼬리가 있으며 그 소리는 마치 어린애 같고 사람을 잘 잡아먹는다. 이것을 먹으면 요사스러운 기운에 빠지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구미호가 청구국에 사는 신령스런 요괴라고 적혀있고, 중국 고전에서도 꼬리 아홉 달린 흰여우를 보면 왕의 자리에 오른다고 되어 있다.
일본 : 일본의 구미호도 중국과 비슷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에도 시대의 동화책인 《회본삼국요부전(繪本三國妖婦傳)》을 보면, 달기는 죽지 않고 도망쳐 수백년이 흐른 후 주나라의 마지막 왕인 유왕을 유혹하여 다시 나라를 멸망의 길로 이끌었으며, 그 후 인도를 거쳐 일본으로 건너가 도바천황을 유혹하다가 음양사들에 의해 살생석(殺生石)이라는 바위로 변했다고 한다.
한국 : 한국의 구미호 역시 무서운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기는 하지만, 일방적으로 해를 끼치는 요물은 아니며, 인간이 되고 싶은 강한 소망을 품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그 예가 구미호가 아리따운 인간 여자로 둔갑하여 인간 남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는데, 만약 구미호가 자신의 정체를 남편에게 들키지 않고 백날을 같이 살면 진짜 인간이 된다고 하는 전설이다. 그러나 전설의 끝부분에 가면 대개 하루를 남겨놓고 정체를 들켜버려 소망을 이루지 못한 구미호는 남편에게서 떠나버리는 것으로 끝난다.
윗 정보에 의하면 중국과 일본에는 중첩되는 내용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 주나라에서 활동(?)했던 요괴이며 그 이후에 인도를 거쳐 일본으로 온게 일본에서 추가된, 그리고 중점으로 그려진 구미호의 전설이죠. 실제로 중국과 한국에서 존재했던 구미호가 일본으로 뒤늦게 전해졌다는건 관심있는 분들이 아시고 계신 정보일 겁니다. 중요한건, 중국에서 시작했냐 한국에서 시작했냐라는 것이지요. 『그럼 중국 고전 산해경에서 구미호의 출처라며 언급한 동쪽의 청구국은 누구인가?』(1)
[글 수정 전 내용]
여기서 중요한건 중국에서 구미호를 묘사한 산해경의 내용입니다. 산해경은 중국에 알려진 신화와 그 지리에 대하여 쓰여진 책입니다. 여기서 구미호는 중국에서 시작된 동물이 아니라 청구국에서 사는 동물로 나중에 중국으로 침범(?)한 것으로 적혀있는데, 청구국이 바로 한국이란 점입니다.
배달: "배달은 고대 한국을 가리키는 말로 倍達이라는 한자를 사용하기도 하며 순 한국어로 추측된다. 조선(朝鮮)·한(韓)과 동의어로 사용되었다. 현재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상고시대의 우리나라를 지칭하는 이름이라 등재되어 있다."
배달민족이란건 많이 들어보셨겠죠? 배달에 대한 다른 설명을 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청구국은 뭔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군요. 걱정마십시오! 힘들게 정보를 찾아보실 고생을 제가 덜어드리겠습니다.
배달국 시대 (18대 1565년)
배달국(倍達國,B.C3,898~2,333년)은 신시배달(神市,1~13대 환웅)과 청구배달(靑丘,14대~18대 환웅)로 나누어지는데, 신시(神市)배달은 제1대 배달(倍達) 환웅(桓雄)께서 B.C 3,898년에 백두산 신시(神市)에 개국한 것을 말한다.
그리고 청구(靑丘)배달은 제14대 치우(蚩尤) 천황께서 B.C 2707년에 재위에 오른 후, 청구(靑丘) 즉 지금의 만주산동반도 태산(泰山)아래로 도읍을 옮긴 것을 말한다.
즉 정리하자면, 한국의 시초라고 알려져있는 배달국 시대에 존재했던 청구국이 먼저이며, 중국에서는 구미호를 청구국에서 온 요괴로 설명하였고, 일본에는 중국-인도-일본으로 들어온 요괴로 설명을 하였기 때문에 한국이 시초였다고 말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수정] 저의 모자른 지식덕분에 인정받지 못한 소스를 근거로 주장을 한 것 같아 새로 조사를 해봤습니다. 단순히 '거의 허구'로 판정되고 더 이상의 정보가 없다면 그냥 구미호에 대한 조사는 여기서 끝날법한데 그 정보가 없다고 가정하고나니 다른 질문들이 생기더군요.
비록 반역사 반신화라지만 역사로 신화로도 받아들이지 않았던 정보가 왜 중국에서 존재했고 그럼 중국 산해경에서 언급한 청구국은 누구인가?
'청구'란건 역사가 제대로 기록되기 전으로 주로 묘사되더군요. 안타깝게도 제가 중국어를 할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중국웹을 조사할순 없었지만 최대한 영어로 번역된 산해경(山海經:shan hai jing, 완성전 최초본이 약 BC400년으로 알려짐)의 구미호(狐狸精:huli jing) 정보를 찾아봤습니다. 다음과 같은 정보가 있더군요.
Huli jing was first mentioned in the ancient literature of Shan Hai Jing recorded over 2,200 years ago. According to the book, it was originally viewed as a totem of some primitive tribes in Qing Qiu (an ancient place).
정확히 확신이라고 말하기에는 조심스럽지만, 여기서 Qing Qiu 가 청구를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되더군요. 혹시 이게 청구가 아닌 다른 지역을 말하는 것인가 싶어서 더 조사를 해봤는데 다른 나라에 대한 정보는 없었습니다. 산해경이 지리를 설명하는 부분에 의하면 중국 동쪽으로 옛시대에 다양했던 작은 소국가중 압록강쪽에 걸쳐져있는 나라더군요. 고전 중에서도 매우 오래된 시대인만큼 역사적 자료가 많지 않아 정확히 이걸 '한국'이란 단어로 연관지을 역사적 자료는 없지만 중국에서 구미호를 묘사할때 한반도쪽 국가에 가면 볼 수 있다고 믿었고 기록한 것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한국쪽에서도 구미호란 컨텐츠를 키울때 어느정도 내놓을 카드는 있다고 볼 수 있지 않나 싶더군요.』(2)
『
1)한국의 색을 반영
2)게임으로 구현 가능 여부
3)게임에 반영시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수 있는 소재
이 세가지를 고려하면 구미호는 굉장히 잘 둔 한 수라고 생각되네요. 중요한건 구미호를 어떻게 구현해놨냐이겠죠. 구미호도 한중일마다 표현한 성격이 조금틀리고 생긴것도 틀리니까요. 일단 공개된 일러스트는 노리개, 댕기머리, 버선, 그리고 개조된 한복스타일 등 한국을 반영하려고 노력한게 군데 군데 보여요.
중국 출시할때 만들어준 '신짜오'란 케릭을 한번 짚어볼수도 있겠죠. 신짜오는 저희가 봤을땐 딱 중국스멜에 삼국지 장군을 보는듯한 케릭터입니다. 하지만 창을 쓰는 무사가 중국에만 있는것도 아닌데 신짜오는 누가봐도 중국거라고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중국스타일에 가장 가까운 갑옷을 입혔으며 이름이 누가봐도 중국사람같은 'Xin Zhao'라고 해놨기 때문이죠. 만약 그 케릭터 이름이 '김철수' 였으면 한국 케릭터가 됐을겁니다. 스킨중에 서양 창기병처럼 생긴 스킨도 있는데 그 스킨에 이름이 유럽식이었으면 유럽창병이 됐겠죠.
관건은 리옷이 '구미호'(가명)이란 케릭터를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달렸다고 봅니다.』(3)
어쨋던, 실질적인 자료와, 유저들 반응에 대하여 2가지 제 의견을 내놓았는데요, 뭐 사실 중요한건 이런 근접국별로 희미하게 존재하는 이야기에 대한 태도에 있어 한국도 강하게 나가야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예전부터 너무 실질적인 것에 집착했으며 고증을 심히 따지고 왜곡에 예민하였습니다. 물론 두 강국 사이에 끼어 살았으며 일본침략 이후 한국전쟁으로 문화가 발전할 기간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남들은 조금이라도 정보를 늘려가며 다 자기꺼라고 떵떵거리는 마당에 한국도 세계에 '흥미로운 국가'로 어필을 하고 알릴 기회를 노리고 있다면 이런 발표에 대하여 '비난'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외국에서 구미호가 한국거라고 생각해서 한국형 챔피언으로 넣었다는데 너무 부정적인 시선으로 볼 건 없다고 생각되네요.
수정 기록:
1) 정보를 삭제하며 문맥을 잇기 위하여 문장 추가
2) 기존 정보 삭제 및 새로운 접근으로 내용 대체
3) 리플중에 있던 내용을 본문으로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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